최고의 가성비 (피트) 위스키 - 탈리스커 10 vs 오반 14
오랜만에 포스팅.
오늘은 거의 모든 위스키 러버들이 꼽는 최고의 가성비 (피트) 위스키 탈리스커 10과 사람들이 하나같이 최고 가성비로 꼽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가격 대비 (탈리스커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높은 퀄리티를 가진 오반 14를 비교시음해보려 한다.
접근성
오반 14는 대형 마트는 물론이고 리쿼샵에서도 잘 보이진 않고, 가격 10만원대 정도 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오반은 증류소 규모 및 생산량이 탈리스커 대비 매우 적은 증류소이다.)
탈리스커 10은 대형 마트에 가면 언제나 볼 수 있고, 가격도 할인하면 7~9만원대로 타 브랜드의 엔트리급 위스키와 비교해도 매우 저렴한 편으로 접근성은 오반14 대비 아주 훌륭하다.
주요 Spec
도수는 오반은 43도, 탈리스커는 45.8도로 둘 다 가격과 엔트리급임을 고려했을 때, 나쁘지 않다 (40도가 아닌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다만, 그래도 탈리스커가 도수가 더 높고,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46-50도 초반에 근접하기 때문에 탈리스커 승
둘 다 사용한 캐스크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둘 다 ex-bourbon일 것으로 추측된다. (상당수 정보 사이트에서도 ex-bourbon으로 명시하고 있다)
특이한게, 둘 다 증류소가 바닷가 인근에 위치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인지 공식/대부분 노트에 보면, 바다의 짠맛과 관련된 노트가 자주 언급된다.
색깔
둘 다 Natural Color 표기가 없고, 컬러링을 많이 하는 디아지오 소속이기 때문에 중요치 않다.
향
순서는 도수와 피트가 약한 오반부터.
오반의 첫 느낌은 가볍고 상쾌하다. 오렌지 필/제스트 같은 기분 좋은 시트러스와 아주 잘익은 빨간 사과 그리고 달달한 향이 매우 기분이 좋다. 그 밑으로 기분 좋은 짭짤함/바닷바람같은 시원함이 느껴진다. (이 노트는 오반에 클리쉐처럼 따라다니는 노트라 의식하고 맡아서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향만 맡아도 이미 기분이 좋다. 피트는 잘 안느껴진다. (피트 위스키를 좋아하고 많이 마셔서 둔해진 것일수도 있다.) 생각을 하면서 맡으면, 이게 알코올 때문인지 헷갈리는 아주 약한 수준의 훈제/훈연/가벼운 연기같은게 느껴지는 수준.
탈리스커는 오반이 비하면 피트의 존재감이 확실하다. 처음 코를 때리는 향은 태운 향 + 약간 정로환 향이 나는 피트이다. (신기한게, 탈리스커만 마실때에는 시트러스가 굉장히 확실하게 느껴졌는데, 오반 향을 맡은 다음에 맡으니 잘 안느껴진다.)
위 탈리스커 사진을 보면, 개봉한지도 꽤 오래되었고 절반도 안남아 에어레이션이 상당히 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오반 보다 알코올이 강하게 느껴진다. (2.8도의 차이일까? 아니면 4년의 숙성기간 차이일까?)
구수한/몰티함도 더 많이 느껴진다.
시간을 두고 코에 휴식을 준 다음 탈리스커 향을 다시 맡으니 피트향은 많이 약해지고, 피트에 가려 자기 표현을 못하고 있던 기분 좋은 향들이 피어오른다.
오반은 아주 가볍고 상쾌한 시트러스(그래서 오렌지 필/제스트)였다면, 탈리스커는 조금 더 묵직하고, 달콤한 시트러스(그래서 오렌지 과즙)에 가깝다. 달콤한 향도 피어오르는데, 과일일지 꿀일지 무엇일지 하나를 특정하기가 어렵다. 약간 바닐라향이 느껴지는 달달함 같기도.
더 시간을 두고 탈리스커의 향을 천천히 맡아보면, 조금 묵직하고 달달한 시트러스와 바닐라 뉘앙스가 있는 달달함을 은은한 피트가 받쳐주고 있어 역시나 매우 기분 좋은 향이 난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향은 (에어레이션 때문인진 몰라도) 오반이 훨씬 강도가 높고, 좋다.
맛
첫 모금에서 오반은 밋밋하다. 향에서 느껴지는 기분좋은 다채로움이 입 안에 들어오는 순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바디감도 높지 않고, 질감도 조금 찐한 물 같은 느낌으로 임팩트가 약하다. 약간의 달달함과 매콤한이 느껴지긴하나, 그 강도가 너무 약해서 감흥이 없다
두 번째 모금에서는 훨씬 좋다. 처음에는 잘 느껴지지 않았던 잘익은 달달한 귤같은 느낌이 난다.
탈리스커는 첫 모금부터 훨씬 좋다. 바디감도 오반 대비 좋고(비슷한 양을 입 안에 넣어도 더 묵직하고 꽉차는 느낌), 질감도 조금 더 오일리해서 뭔가 더 위스키를 마신다는 느낌이 강하다. (도수가 높아서인지) 입 안에서 폭발하는 향도 강한데, 혓바닥은 달달하고 오일리한 액체가 감싸주면서 비강으로는 스파이시함과 알코올의 느낌이 올라오는게 오반 대비 훨씬 다채롭다
여운
오반은 약간 구수함과 달달함이 남고, 특별한 피니시가 느껴지지 않는다.
탈리스커는 목으로 넘기면 은은한 피트가 올라온다. 피니시가 길고 강하고 특별하진 않지만, (피트를 좋아한다면) 피트가 마무리를 해주는 이 기분 좋다. 혓바닥에는 오반과 비슷하게 구수함과 약간 달달함이 남아 입을 쩝쩝되게 만든다. 특별한 향이 있진 않다.
마무리
둘 다 굉장한 가성비 위스키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맥캘란 등 유명/인기 위스키가 공격적으로 가격을 올리면서 그 상대적 가치가 날로 떨어지는 와중에 이 두 위스키는 이만한 풍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10만원 언저리/미만의 가격을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둘 중 최강의 가성비 위스키를 꼽으라면, 역시 탈리스커 10. 오늘 이마트에서 6.8만원 팔고 있는걸 봤는데, 1/2 맥캘란12 가격으로 이런 풍미라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위스키다.
단, 피트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두 위스키 모두 피트라는게 유일한 단점인만큼 혐핕에게는 오반을 추천하고 싶다. 오반은 거의 피트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시도해볼만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