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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버번 위스키 - 러셀 싱글배럴 vs 웰러

모후 2023. 4. 25. 22:36

오늘은 처음으로 버번 위스키를 비교해보려 한다.

 

비교 대상은 버번 위스키 중에서는 나름 가격대가 나가는 편에 속하면서 가격 대비 맛이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러셀 싱배웰러 앤티크 10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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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이 두 개를 비교하냐고 하면, (많지는 않지만) 마셔본 버번 위스키 중 풍미와 가격대가 가장 유사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러셀 싱배가 집의 유일한 버번 위스키이던 시절, 웰러를 마셨는데 러셀 싱배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기억이 있고 이때부터 비교를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 웰러는 바이알로 받은거라 병이 따로 없다. 보관 상태의 차이가 아래 비교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겠다. >

 

 


접근성

러셀 싱배는 주기적으로 와인앤모어 등에 입고되는 것 같은데, 인기가 좋아 그런지 금방 매진되어버린다. 가격대는 10만원 전후이다. (코로나로 한참 위스키 인기가 좋을 때에는 사재기하여 1-2만원 붙여서 되파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요새는 쫌 덜한 것 같다.)

 

웰러는 얼마나 많이 풀려있는지 잘 모르겠다. (필자 역시도 구매한게 아니라 바이알로 받은거라...) 가격은 ~15만원 수준으로 러셀 싱배보다 조금 더 비싼 수준.

 

< 비슷하게 생긴 러셀 10년과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참고로 싱배가 10년보다 훨씬 평이나 인기가 좋다. >

 

< 웰러 엔티크 107 >

 


주요 Spec

도수는 둘 다 버번위스키 답게 고도수를 자랑한다. 러셀 싱배 55도, 웰러는 53.5도이다.

 

버번에서는 (100% 맥아(보리)만 사용하는 스카치와 달리) 들어가는 매쉬빌(곡물 배합 비율)이 중요하다.  러셀 싱배 옥수수 75%, 라이 13%, 맥아(보리) 12%를 사용, 웰러 옥수수 70%, 밀 16%, 맥아 14%이다. 전반적으로 유사해 보이는데, 러셀 싱배는 라이, 웰러는 밀을 사용했다는 차이가 있다. (이 정도의 차이가 유의미한 향/맛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혹은 내가 느낄 수 있을까?)

 

숙성년수는 둘 다 표기하지 않은 NAS 제품이다.

 

캐스크는 버번 위스키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다. 당연히 American Virgin Oak이다. ('버번 위스키'로 불릴려면, 안을 태운 American Virgin Oak에서 숙성시켜야만 한다. 해당 규제는 관련 이해관계자의 로비 결과물이 아닐까?)

 

증류소 러셀 싱배 와일드터키, 웰러는 버팔로트레이스로 둘 다 초대형 증류소 제품이다.

 


색깔

색깔은 별반 차이가 없다. 둘 다 카라멜 느낌의 탁한 노란/황금빛이다.

 

 


러셀 싱배가 약간 알콜 도수가 높긴 하지만, 큰 차이가 아니기 때문에 먼저 진행

(여담이지만, 지금 알러지로 한 달째 콧물 + 마른 기침으로 엄청 고생 중인데, 코를 많이 풀어서 그런가 코 안이 엄청 예민해서 알콜이 따갑다.)

 

러셀 싱배는 향의 느낌이 일단 묵직/강력하다. (이는 버번 vs 스카치의 차이일수도 있는데, 스카치가 우아한 유로스텝 레이업이라면, 버번(또는 러셀 싱배)은 in-your-face 덩크다. 약간 신기한게 와인에서도 비슷한 해석이 있다. 똑같은 카베르네소비뇽 기반 레드와인이어도 보르도(프랑스)와 나파(미국)의 뉘앙스를 같은 맥락으로 표현한다.)

 

향의 뉘앙스는 붉은 과실(찾아보니 이 붉은 과실이 체리의 노트라고 한다.) 중심의 과수원을 연상케하는 기분 좋은 느낌 + (버번에서 흔히들 말하는) 아세톤스러운 향이 난다. (이 아세톤 향은 컨디션에 따라 느껴지는 정도가 참 다른 것 같은데 오늘은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향을 조금 더 강하게 들이마시면, 시원/알싸한 느낌의 코 점막을 약간 아리게 만드는 알콜/맨솔 느낌과 함께 나무 향이 느껴진다. (라이의 영향인가??)

 

시간을 두고 다시 맡아보면, 처음 강하게 느껴졌던 붉은 과실 느낌 + 아세톤은 많이 날라가고, 흑설탕의 달달한 느낌 + 바닐라가 섞여 올라온다.

 

웰러는 러셀 싱배 대비 향이 약하다. (바이알에 오래 놔둬서 그런가?) 아세톤 느낌이 러셀 싱배보다 훨씬 강한 반면 과실의 느낌은 덜하다. 대신 시원/알싸한 느낌도 없어 향을 깊게 들이마시기 훨씬 편하다.

 

계속 향을 들여마시면, 적당히 묵직한 기분좋은 달달한 향이 나는데, 특정하기가 어렵다. 굳이 연상을해보면, 흑설탕 느낌. 그리고 달달한 향 이면으로 약간 향신료 느낌이 있는데, 역시나 특정하기 어렵다. 달달한 계피향 같기도?

 

러실 싱배를 다 마신 뒤 다시 향을 맡아보면, (상대적으로 약하긴 하지만) 유사한 붉은 과실 (체리인듯)의 향이 존재한다.


러셀 싱배는 입 안으로 들어올 때 질감에 대한 인상은 바디감이 괜찮은데, 생각보다는 약하다 + 오일리하지 않다이다. 스카치 위스키 포함 평균적인 위스키와 비교했을 때 바디감이 약한 편은 아닌데, 향에서 뿜뿜하는 묵직함을 기준으로 본다면, 음? 라는 느낌이 잠깐 드는 정도로 바디감은 생각보다 약한 편. 그리고 의외로 오일리한 느낌도 없고, 물처럼 스르륵하고 들어와 입 안을 맴돈다.

 

도수에 걸맞게 타격감은 상당하다. 입 안을 코팅하면서 돌아다니는데, 혀에는 마치 빨간색 하리보 젤리같은 달달함을, 코로는 알콜 스팅과 함께 오키함을 선사한다.

 

웰러좋다. 질감은 러셀 싱배와 유사하다. 근데 입 안에 들어왔을 때의 영향이 전혀 다르다. 웰러는 알콜 스팅이나 오크함 등과 같은 코로 가는 영향은 전혀 없다. 단지 혀에만 바닐라 뉘앙스에 기분 좋은 달달함을 전해준다. 

 

달다 바닐라. 알콜 스팅 없고, 나무 없고. 남은 것도 달다. 

 


여운

러셀 싱배는 삼키고 나면, 목구멍에서는 나무 느낌이 조금 피어오르는데, 혀에 남아 있는 젤리같은 단맛이 너무 강력하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 여기에만 신경이 집중하게 된다.

 

웰러는 맛과 마찬가지로 좋다. 기분 좋은 달달한 바닐라가 혀에 남아있어 나도 모르게 쩝쩝대게 만든다.

 


마무리

 

버번 위스키는 잘 모르지만, 두 위스키를 비교하였을 때 나름의 느낌은 다음과 같다.

  • 두 위스키는 향과 맛, 여운 등 여러 면에서 뉘앙스가 굉장히 유사하다. 이렇게 대놓고 비교하지 않으면, 사실 큰 차이를 못느낄 수도 있을 정도. 따라서 '이런 느낌의 뉘앙스'가 궁금하다/즐기고 싶다 하시는 분은 1병만 구매하는 걸 추천.
  • 그래도 두 위스키의 차이를 두자면, 미세한 차이지만, 러셀 싱배는 조금 더 거칠고 강한 느낌이 있는 반면, 웰러는 우아하고 부드럽다. (이는 보관 상태에 따른 차이일 수도 있다.)

 

조금 별개로 무엇이든 '조금 더 맛있게 먹는 법'을 깨달았는데, 이는 입 안을 가득 채울만큼 한 번에 많이 넣는 것이다. 이렇게하면, (조금 돼지처럼 보일 수는 있어도) 입 안에서의 맛이나 향이 더 잘 느껴지고, 입 안과 이빨로 씹는 식감도 한층 강해져 먹는 경험이 강화되는 느낌이다.

 

혹시 이 글을 보고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 시도해보시라! 새로운 식도락의 세계가 열릴 것이다. (물론 입 안 가득 넣는 것이 맛있다라는 전제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