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쉐리 피트 비교시음향 - 하이랜드파크 18 Viking Pride vs 보모어 18 Deep & Complex

2022. 12. 4. 00:24맡고 먹고 마시기/술 비교시음

오늘은 면세점에서 많이들 구매하는 대표적인 쉐리피트 중 하팤과 보모어를 비교시음향해볼 예정이다.

 

이 바틀들은 '22년 8월말-9월초에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아래 가격으로 구매했다. 당시에도 환율이 1,300원대로 높았기 때문에 아주 매력적인 가격은 아니었지만, 피트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오랜만의 출국길에 travel edition인 두 제품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쉬워 구매하였다.

  • 하이랜드파크 18 Viking Pride (travle edition, ABV 46%) : ~$160
  • 보모어 18 Deep & Complex (travel edition, ABV 43%) : ~$105

 

<&nbsp; 과연 하팤이 보모어 대비 60%나 비싼 값을 할 것인가? >

 

참고로 두 증류소 모두 위 travel edition과 별개로 정규 라인업에 18년 제품이 있지만, 이후 편의상 하팤 18보모어 18로 부르겠다.

 

 

 

 


캐스크

하팤 18은 퍼스트필 셰리 유러피언 & 아메리칸 오크의 비중이 높다고 하는데, 어떤 종류의 셰리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보모어 18은 올로로쏘 & PX 셰리 캐스크를 사용하였다.

 


색깔

 

 

 

(Natural Color) 하팤 18은 버번 캐스크에 숙성한 위스키에서 볼 수 있는 황금빛이다. 하이랜드파크 12의 색깔과 거의 흡사하다. '퍼스트필 셰리 비중이 높다(high proportion of first-fill sherry seasoned casks)'라고 홈페이지에 설명되어 있는데, 이 색깔을 보니 high의 기준이 나와 다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색깔이라서 병을 안이 보이지 않는 완전 검은색으로 만들걸까?)

 

(Natural Color라는 말이 없다) 보모어 18은 황금빛에 갈색 물감을 서너방울 탄 듯한 색이다. 카발란 올로로쏘나 글랜드로냑 21에서 볼 수 있는 정도의 진한 색깔은 아니다.

 

 

 


(잔에서 5~7cm 정도 코를 떨어뜨린 상태에서 천천히 다가가며 향을 맡는다.)

 

| First breathe-in

 

하팤 18은 하이랜드파크 증류소 특유의 은은한 피트와 달큰한 꿀 내음이 먼저 난다. 잔으로 점점 다가갈수록 조금 묵직한 하지만 베리/말린 과일까지는 아닌 붉은 사과 정도의 과일향이 난다. 그리고 끝에 약하지만 시트러스도 같이 올라온다. 이 시트러스가 달큰한 꿀과 합쳐지니 마치 달달한 레모네이드가 연상되기도 한다. 

 

보모어 18은 역시 가장 먼저 마중나온 냄새는 특유의 소독약/병원을 연상케하는 피트향이다. 하팤보다 무거운 피트향을 헤집고 더 깊이 들어가면, 하팤보다는 묵직/찐한 베리향이 슬그머니 올라온다. 이러한 베리향과 함께 비교적 산듯한 초콜렛 향도 느껴진다. 가장 아래에는 약하지만 은은하게 깔려있는 견과류 향도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향을 맡고 나면 명함(?)으로 잔을 덮어 향을 최대한 보존한다.)

 

| Second breathe-in

 

하팤 18피트의 힘이 약해지고, 베리와 초콜릿 향이 진해졌다. 이런 향들이 달큰한 꿀내음, 개운한 시트러스 그리고 은은한 피트와 섞여 매우 조화롭게 합쳐진다. (셰리 노트가 다른 노트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이 향이 개인적으로 매우 마음에 든다.)

 

보모어 18은 첫 번째와 큰 향의 변화를 못느끼겠다. 한가지 차이가 있다면, 피트향이 조금 변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조금 다른 노트들로 풀어헤쳐진 것 같기도 하다. 표현하기 나름일수도 있겠다만, 처음엔 보모어의 피트를 '소독약'이라 표현했다면, 두번째 맡았을 때에는 '연기'와 '기름/화학제품'의 향이 합쳐진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맛과 여운

| First dram

 

하팤 18은 바디감이 강하지 않고, 질감도 특별하지 않아 거의 물과 비슷한 느낌이다. 하지만 먼저 하팤 특유의 달큰한 heather honey가 혀를 감싸고, 그 다음 비강으로 시트러스한 베리류의 향이 올라온다. 그리고 목구멍으로 넘기고 나면, 피트 향이 올라온다.

 

보모어 18은 향에서의 인상과 거의 유사하다. (도수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겠지만, 하팤보다 조금 더 강한 바디감이다. (상대적인 것이지 일반적으로 바디감이 있다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입 안 중앙/그리고 비강쪽으로 향에서 맡았던 조금 더 진득한 베리향이 올라온다. 그리고 목으로 넘김에 따라 이 베리향이 천천히 아주 약한 소독약/화학 느낌 + 스모키의 피트로 변해간다. 완전히 넘긴 후 잔향은 아주 은은한 스모키이다.

 

| Second dram

 

하팤 18은 처음 에서 시작해서 시트러스가 얹어져있는 비교적 가벼운 베리향이 비강으로 올라는 느낌이 아주 좋다. 이 과정에서 oaky/피트의 느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넘기고 나면, 조금은 불쾌한(?) 텁텁한 피트향이 제법 강하고 오래 남는다. 정확히 표현하기 어려운데, 연기/화학적인 냄새이긴한데, 기분이 나쁜 쪽이다. (아마 오늘 컨디션이나 직전에 먹은 음식의 영향일수도 있으니, 나중에 마실 때 다시 확인해봐야겠다.)

 

보모어 18은 첫번째 dram과 비슷하다. 확실히 베리향이 강한데, 그 느낌이 헤네시보다는 카뮤 보더리를 연상케하는 조금은 가볍고 산뜻한 포도향이다. (포도맛 사탕에서 나는 그 향)

 

더보기

포도 느낌의 베리향의 variation이 궁금한 사람은 '헤네시 VSOP와 까뮤 보더리 VSOP 비교시음향' 포스트 참고

https://mohu.tistory.com/6

 


마무리

 

출국길, 둘 중 한 병만 살 수 있다면, 어떤걸 고를 것인가? 나는 하팤 18이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셰리에 피트만 첨가한 듯한 보모어 18보다, 보다 complex한 향을 느낄 수 있는 하팤 18이 나는 좋다. 

 

그렇다면 하팤 18보모어 18보다 60% 비싼 값을 하는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나는 1-2 종류의 향이 강력하게 나는 것 보다 여러 종류의 향이 잘 어우려저 은은하게 나는걸 선호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하팤은 가장 좋아하는 증류소이라는 점도 중요한 이유인 것 같다.

 

물론 위스키에 대한 선호와 지불의향은 매우 주관적/개인적인 것이므로 내 생각이 맞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실제로 일반적인 평을 보면, $100로 18년 숙성의 훌륭한 셰리+피트를 느낄 수 있는 보모어 보모어 18은 명실상부 면세점의 스테디셀러이다. 보모어 18은 선반에 없는 경우도 있지만, 하팤 18이 없는 경우는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여담으로 두 병을 떠나서 면세점에서 셰리 피트 한 병만 고르라 한다면, 아드벡 우가달일지도 모르겠다. 가격도 ~$90로 보모어보다도 저렴한데, 도수는 ~54%로 매우 훌륭한 위스키. 단, 아드벡의 피트를 좋아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