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24. 00:15ㆍ맡고 먹고 마시기/술 비교시음
오늘은 꼬냑 두 종류를 비교 시음할 것이다.
오늘 마셔볼 술은 헤네시 VSOP와 까뮤 보더리스 VSOP이다.
시향/시음 순서는 까뮤부터다. 이유는 더 가볍기 때문이다.
Color
까뮤는 붉은 물감이 한 방울 정도 들어간 황금빛이라면, 헤네시는 약간 붉은 빛이 감돈다. 그냥 얼핏 보기에는 헤네시가 더 고숙성/꼬냑 같은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꼬냑은 색소를 타는게 가능하고, 또 이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색깔만으로 판단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 다만, 각 브랜드에서 색깔을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생각해보는 의미는 있겠다.
나중에 노즈와 팔레트에서 이야기나오지만, 둘을 비교하였을 때, '무게감'이 까뮤 < 헤네시이다. 두 증류소에서 이를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색깔이 향/맛과 같은 방향인 것 같다.
Nose
까뮤는 색깔에서 그러하든 비교적 가볍다. 산뜻한 시트러스 느낌, 살짝 달콤한듯 향긋한 내음이 첫 인상이다. 마찬가지로 계속 들이마시면 코에 자극이 오는데, 이 역시 알콜인지 스파이스인지는 잘 모르겠다.
헤네시 역시 색깔에서 그러하듯 비교적 무겁다. 묵직한 빨간 사과 & 약간의 살구향이 첫 인상이다. 코를 박고 계속 들이마시면, 살짝 코를 긁고 지나가는 느낌이 드는데, 이게 알콜인지 아니면 스파이스인지 잘 모르겠다.
Palate
까뮤 바디감은 중간정도. 아주 묵직하지도 가볍지도 않다. 의외로 스파이스 느낌이 있다. 그리고 갈수록 향긋함이 이어진다. 입안에 머금었을 때, 오는 자극을 기준으로 까뮤는 입 천장/코 쪽에서 주로 논다. 스파이스가 살짝 코를 통해 느껴지고, 이후 포도향이 메인이되어 Palate의 끝 부분에서 피니시까지 이어주는 느낌이다.
헤네시는, 색깔이나 향에서 느낀 상대적 묵직함과는 달리 바디감은 비슷한 수준이다. 적당히 묵직하고 오일리함. 그리고 약간의 스파이스 역시 있는데, 까뮤와는 다른 결이다. 까뮤는 뭔가 나무에서 날 듯한 spicy함이라면, 헤네시는 향신료에서 날듯한 spicy함이다.
Finish
까뮤는 피니시가 길고 향긋하다. 식당에서 밥 먹고 나올 때, 카운터에 있는 과일맛 캔디, 그 중에서 포도맛 캔디가 물에 녹은 듯한 그런 향이 난다.
헤네시도 비슷하게 피니시 초~중반에 포도향이 느껴지는데, 이와 동시에 혓바닥을 말리는 듯한 (아주 약간의, 레드와인 수준을 생각하면 안됨) 탄닌감도 느껴진다. 뒤로 갈수록 포도향은 사라지고, 혀에 무슨 맛인지 모르겠는, 무언가가 남아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마무리]
이번 비교시음향의 목적은 유명 꼬냑 브랜드 간의 차이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사실 이를 위해서는 보더리는 아닌 일반 까뮤 VSOP를 사용했어야 보다 엄밀한 비교가 되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집에 있는게 저거 뿐이라 이걸로 대신하였다. (보더리는 꼬냑 내 Borderies 지방의 포도만으로 증류/숙성한 라인업이다.)
그래도 이번 비교를 통해 두 제품(두 브랜드가 아니라)의 방향성의 차이는 어느정도 이해가 된 것 같다. 간단히 정리하면, 무게감이 Camus Borderies VSOP < Hennessy VSOP이다.
추가로 오늘 직접적으로 비교시음향을 하진 않았지만, 머리 속에 있는 셰리, 포트캐스크 숙성의 위스키와 비교하였을 때, 몇 가지 공통점/차이점도 발견하였다.
- 공통점 : 포도향 (Palate ~ Finish)
- 집에 있는 카발란 솔리스트 포트캐스크, 글랜알라키 10 배치 6도 오늘 비교시음향한 두 꼬냑과 마찬가지로 Palate의 중간~끝부분에서 비강 쪽에서 약간 가벼운 포도향이 났던 것 같다.
- 포도 증류주와 포도 증류주를 숙성한 오크통에 10년 이상 넣어놓은 술에서 포도향이 난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넣은 재료와 전혀 무관한 향과 맛이 아는 증류주의 세계이기 때문에 자신의 향을 잃지 않고 계속 유지하는 것 또한 어떠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조금 더 공부해봐야 할 부분이다.
- 차이점 1 : 포도향 (Nose)
- 의외로 꼬냑은 포도로 만들었음에도 Nose에서 포도향이 나지 않는다. 반면, 카발란과 글랜알라키는 Nose에서도 느낄 수 있다.
- 꼬냑은 증류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화학적 변화로 인해 향이 변한 반면, 두 위스키는 증류를 끝낸 다음 포도향이 강하게 베어있는 오크통에서 10년 이상 숙성시켰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 차이점 2 : 단 맛
- 이것은 비단 셰리/포트캐스크 숙성 위스키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위스키와 비교하였을 때에도, 오늘 마신 두 꼬냑은 단 맛이 적다.
- 이는 어떻게보면 약간 의외인 부분이다. 꼬냑은 '달달한' 포도를 발효/증류에서 만든 술이고, 또 향에서도 과일향이 많이 나기 때문에 맛 또한 과일을 먹었을 때의 달달함을 기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 내가 느낀게 맞는건지 확실치 않지만, 맞다는 전제하에 위스키와 꼬냑의 공정에 대해서 비교 공부하여 이유를 파악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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