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1. 01:42ㆍ맡고 먹고 마시기/술 비교시음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좋아한다.
그래서 오늘 여자친구한테 재미있는 부탁을 했다. 방에 들어가 있을 동안 집에 있는 위스키 중 아무거나 따라달라고 한 것이다. 나름 자신이 있었다. 집에 있는 술(27병. 위스키/꼬냑 등)에 대해서는 라벨을 보면, 어느 정도 향과 맛이 생각이 나기 때문에 쉽게 맞출 거라 생각했다.
결과는 정답률 67%. 3개 중 2개만 맞췄다.
문제는 하이랜드파크 12, 카발란 솔리스트 포트캐스크, 글랜리벳 12였고, 나는 뒤에 2개를 맞췄다. 뒤 두 녀석은 가지고 있는 것 중 캐릭터가 튀는 편에 속하기 때문에 향만 맡아도 맞출 수 있었던 것 같다. 근데 이슈는 하팤12를 못 맞췄다는 것이다.
혼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기분, 날씨, 전에 멀 먹었는지 등 다양한 이유에 따라 그날 그날 먹고 싶은게 달라지는게 술이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좋아하는 놈 중 하나가 하팤12이기 때문이다. 이 녀석과 더불어 비슷한 느낌의 좋아하는 위스키로 탈리스커10, 라프로익 쿼터캐스크가 있는데, 이것들과 헷갈렸다.
그래서 오늘 비교 대상은 하이랜드파크12, 탈리스커10, 라프로익 쿼터캐스크이다. (순서는 하팤12 -> 탈리스커10 -> 라프로익 쿼터캐스크)
[Color]
사진으로 보면 큰 차이 없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작은 차이가 존재한다.
3개 다 노란색/황금 빛깔이긴 한데, 하팤이 가장 희멀겋고(투명하고), 라프로익은 하팤12가 조금 불투명해진 듯한 느낌, 그리고 탈리스커는 라프로익에 약간 붉은/오렌지 색을 한 방울 떨어진듯한 색깔이다.
다만, 하팤12는 내추럴 컬러라 적혀있고, 라프로익은 안 적혀있지만 그럴 것 같은 반면, 탈리스커는 내추럴 컬러라고 적혀있지 않으면서 동시에 디아지오이기 때문에 컬러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American oak, ex-bourbon oak 숙성된 위스키에서 나오는 색깔이 맞나 싶다.)
[Nose]
하팤12]
아주 은은한 피트와 함께 적당히 달큰한 꿀 내음이 난다. 계속 맡다 보면, 꿀이 아닌 과일 같기도 하다. 과일 중에서도 아주 잘 익은 달달한 빨간 사과.
확실히 탈리스커/라프로익을 맡고 나니까 피트가 거의 안 느껴질 정도로 약하다.
탈리스커]
하팤12보다 조금 더 강한 피트(그렇다고 아드벡 같은 거 상상하면 안 됨. 비교하니까 강하다 느껴지는 수준이지만, 탈리스커만 마시면 강하다는 생각이 안 드는 수준)와 함께 레몬과 같은 상큼한 향이 들어온다.
계속 맡다 보면, 피트 향 위로 약간 더 강하고, 찌르는듯한 향이 같이 들어오는데, 이게 피트 일종인지 salty/바다 냄새라고 봐야 하는 건지 헷갈린다. (salty라고 하면 bay 바로 옆에 위치한 라프로익에서는 왜 안 나는 걸까?)
예전에 탈리스커만 마실 때에는, 달달한 사과/배 같은 과일향이 난다고 느꼈었는데, 하팤12 다음으로 맡으니까 이런 달달한 냄새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라프로익]
앞 2개 대비 확실히 피트 향이 지배적이다. 피트향 중에서도 스모키(약한 시가 태운 느낌)하고, 무거운 느낌이다. (병원 약 냄새와는 다른 피트)
다른 2개 대비 향이 굉장히 무겁다. 라프로익에 코를 박으면, 코가 막힌 것처럼 스모키/피트 향이 아주 묵직하게 코로 들어오는 느낌이다.
예전에 라프로익만 마실 때에는, 보다 복합적인 향이 났던 것 같은데, 이런 순서로 비교를 하니 묵직/buttery/oily 한 피트 향 밖에 안 느껴지는 것 같다.
[Palate]
하팤12]
첫 느낌은 라이트하고, 달다. 처음에 아주 약한 꿀 같은 단맛이 입안을 감싸다가 점점 피트 향이 올라오는 느낌.
라프로익 시음 후 다시 마시니까 (레몬이라고 하기에는 약한) 약간의 상큼/상쾌한 느낌도 있다. 리뷰를 보니, 파인애플/오렌지 같은 열대과일이라고 적어놓은 곳이 있던데, 달달함+상큼을 같이 표현한 게 아닌가 싶다.
탈리스커10]
라이트하고, 아주 사아알짝 달달(하팤12 비하면 약함)한 첫 느낌. 그리고 확실히 단 맛이 채 가시기도 전에 피트 향이 강하게 치고 들어온다. 그리고 뒤 쪽에서 약간의 spicy도 있다.
라프로익]
다른 2개 대비 묵직/오일리하다(향과 일치). 첫 느낌은 의외로 oily/buttery하면서 살짝 달콤한 무언가를 머금고 있다는 느낌이었는데, 이내 (다른 2개 대비) 강력한 피트 향이 내 비강을 후려갈긴다. 탈리스커보다 강한 스파이시함/peppery한 맛도 손 잡고 같이 온다.
피트의 경우, 내 느낌에는, iodine보다는 모닥불의 그것과 비슷하다.
[Finish]
하팤12]
(셋 중에) 짧은 편. 피니시도 palate과 비슷하게 살짝 단 맛과 피트 향이 어루어진. 하지만 끝으로 갈수록 텁텁한 나무 맛(?) 같은 것만 남는다.
탈리스커10]
길진 않지만, 하팤12 대비 길다. 피트/오크, 끝으로 갈수록 (아주 약한) 시가 피고 난 후의 텁텁함이 남는 것 같다.
라프로익]
셋 중 가장 길다. 피트/시가의 텁텁함이 계속 남아 있음. (특이한게 palate에서 느껴지는 피트는 모닥불이라면, 피니시에 남는 피트는 시가라는 점)
처음에는 못 느꼈는데, 하팤12/탈리스커10을 다 마시고, 한참 뒤 다시 마시니까, 피니시에서 시가의 텁텁함은 많이 줄어들고, 살짝 달콤한 향이 나는 것 같다.
[마무리]
1) 한 번에 3개를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안다. (특히, 향 맡고, 마시면서 그 느낌을 깔끔한 문장으로 바로 적어내긴 쉽지 않 은 것 같다. 이 글은 우선 올려두고 나중에 한 번 손을 봐야겠다)
2) 그래도 이번 시도를 통해 이제는 3개를 확실히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3) 주 중엔 빡세다. (특히, 3잔은...)
4) 그래도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언제나 재밌다. (+밀린 숙제를 해결한 느낌)
5) 다음에는 머 할지도 이미 생각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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