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레이션의 효과

2022. 4. 23. 19:55맡고 먹고 마시기/술 비교시음

 

 

오늘 마실 위스키는, 카발란 솔리스트 포트캐스크

 

카발란 라벨에 있는 캐스크 정보와 병입 날짜를 비교해보면, 11년 숙성 제품이다. 카발란 치고 상당히 오랜 기간 숙성된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 땄을 때, 아주 진한 베리향이 났다. 정확히 표현하면, 설탕에 절여진 건포도가 상하기 직전까지 간 듯한 그런 향이었다.

조금 과하다 싶어 1주일 정도만 에어레이션을 시키려고 해었는데, 바쁘다보니 거의 한달이 지나버렸다.

 

이번 비교시음향의 목적은, 에어레이션의 효과를 이해하는 것이다.

에어레이션이 되면, 알콜 부즈 뿐만 아니라 향/맛도 조금 부드러워지는지가 궁금한 것이다.

 

처음 디캔터 뚜껑을 여니까 찰나의 알코부즈가 코를 찔렀다. 디캔터 표면에 습기같은게 잔뜩 맺혀있는데 저게 알콜(?)이라하던데, 아마 술에서 증발된 알콜들이 디캔터 빈 공간에 남아있다가 뚜껑을 여는 순간 튀어나온 것이라 생각된다.

 

[Color/Leg]

 

당연하지만, 색깔이나 레그에서는 차이가 없다.

 

[Nose]

 

향은 차이가 있다. 둘 다 아주 달큰한 베리향이라는 점에서 같은 결이지만, 확실히 에어레이션한게 부드럽다. 

근데 이게 실질적인 향의 차이라기보다 에어레이션하면서 알콜이 날라가 코가 부드럽게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에어레이션하지 않은 쪽은, 알콜 부즈가 튀는건 아니지만 확실히 고도수다 보니 코를 박고 들이마셨을 때 코를 찌르고 마비시키는 듯한 알콜향이 강한 반면, 에어레이션한 쪽은, 이런게 적다보니 부드럽게 달큰 베리 향을 즐길수가 있다.

 

에어레이션 한 쪽에서는 알콜향이 적으니 알콜+베리에 nutty와 같이 묻혀있던 작은 향들도 나는 것 같다. (라벨에는 다크초콜릿도 적혀있는데 잘 모르겠다)

 

[Palate]

 

맛도 동일하다. 둘 다 맛은 포도보단 자두에 가까운, 설탕에 졸여 발효 중인 끈적한 자두원액같은 느낌이다. 다만, 에어레이션한 쪽이 입에 머금고 조금 더 오래 오물오물하기 편하다. 

 

근데 색깔이나 '달큰'하다는 표현 대비 위스키가 리치하거나 묵직하지는 않다. 헤네시 VSOP와 까뮤 보더리스 VSOP를 비교해보면, 둘 다 꼬냑이기 때문에 포도향/맛이 거의 지배적이지만, 헤네시는 레드와인과 같이 묵직한 느낌이라면, 보더리스는 포도주스~포도사탕(식당에서 후식용으로 나오는)과 같이 가벼운 느낌인데, 이 카발란은 까뮤 보더리스에 조금 더 가까운 느낌이다.

 

[Finish]

 

비슷한 것 같다. 둘 다 긴 편이고, 피니시 또한 베리이다. 끝으로 갈수록 탄닌감/쌉쌀함에 조금 느껴진다. 차이는 잘 모르겠다.

 

[총평]

 

에어레이션은 주로 알콜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다만, 절반 미만 남은 아주 오래된 위스키를 가끔 먹으면, 에전대비 향/맛이 밍밍하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정도가 되려면 아주 오래 놔둬야 되는 것 같다.

 

카발란 같은 경우에 에어레이션된게 확실히 향/맛을 즐기기가 편했다. 당분간 카발란은 미리 에어레이션을 해두고 마셔야 겠다.

 

[번외]

 

카발란 솔리스트 포트캐스크는 색깔부터 향, 맛, 피니시까지 달큰 베리'로 일관된 '솔직한 위스키'이다. 이런 느낌을 좋아하면서 동시에 대만이라는 지역이 가지는 숙성 효과, 쉐리, 마데이라 캐스크와 포트캐스크의 차이 등을 느끼고 싶은 분들은 권할만하나, 꼭 면세점에 사시길 권장한다.

 

필자는 22년 2월 춘천세계주류마켓에서 23만원 정도에 샀는데, 조금 비싸게 산듯한 느낌이 든다.